기습적 국립공원 해제 충격, "이러면 못 지을 게 뭐 있겠어요?" (2023.02.14/뉴스데스크/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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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돈진준 작성일23-05-11 09:42 조회69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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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숲이 우거져 사시사철 검은빛이 감도는 흑산도.
뛰어난 경관과 생태계를 자랑해 일찍이 정약전의 명저 '자산어보'로도 잘 알려진 섬입니다.
북극권과 아열대 지역을 오가는 400여 종의 철새들이 쉬며 기력을 회복하는 소중한 섬이기도 하죠.
그래서 마을과 항구를 제외한 섬 대부분이 국립공원입니다.
[홍길표/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팀장]
"(흑산도는)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의 대표적 중간 기착지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조류는 새홀리기 등 총 15종이 관찰되었습니다."
지난달 31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도의 일부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외할 면적은 68만 3천㎡.
축구장 면적의 94배나 됩니다.
국립공원 자리에는 길이 1.2km, 폭 30m의 활주로와 터미널을 갖춘 공항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은 그 절차가 훨씬 덜 까다롭습니다.
위원회가 공항건설의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들의 모임 사무국장]
"특정 개발 사업을 위해서 국립공원을 해제했던 경우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취재팀은 2018년 환경부가 흑산공항 타당성 심의 후 작성한 미공개 문건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사업자 측에서는 식생 등급을 3등급 이하로 평가했지만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 28%에 달한다.
제주도보다 관광자원이 적은 섬에 4인 가족 기준 80만 원 항공료를 지출할 사람이 많을지 의문이다.
공항건설로 훼손되는 생태가치가 30년간 1조 7천억 원인데 경제성 분석에서 빠졌다고 말합니다.
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을 강력히 지적했고 사업자 측이 심의를 철회해 공항건설계획이 중단됐습니다.
그로부터 4년 반 뒤 새로 구성된 국립공원위원회는 공항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전격 해제했습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들의 모임 사무국장]
"사업 타당성에 대한 부족한 부분들을 사업자는 보완하고 제출해서 심의하는 것이 절차적 정당성입니다. 근데 이런 과정 일련의 과정들을 전부 무시하고…"
국립공원위원회는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 등 11명과 환경부 장관이 임명한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됩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성입니다.
기존 절차를 우회하는 방식이 통용된다면 국립공원 안에 못 지을 게 뭐 있겠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흑산도 주민들이 공항을 바라보는 입장은 엇갈립니다.
공청회에서 한 주민은 공항이 생기면 응급헬기운용이나 이동의 자유가 확대될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다른 주민은 공항보다 흑산도에 필요한 건 보다 큰 선박과 더 많은 배편이라고 말합니다.
[김선복/흑산도 주민]
"안개가 끼면 어차피 배가 못 뜨면 비행기도 뜰 수가 없어요."
소음 피해와 태풍 피해를 걱정하는 주민도 있습니다.
예리항 뒷편, 공항 예정 부지에 올라와 봤습니다.
여름철 태풍이 오면 인근 마을의 방풍림 구실을 하는 산인데요.
공항이 들어선다면 이 산도 깎이게 됩니다.
환경이 달라진 건 없는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국립공원위원회의 이런 결정 괜찮은 걸까요?
내일은 다른 국립공원들의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앵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지난달 국립공원인 흑산도에서 축구장 94개 넓이의 땅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립공원으로서의 가치는 변한 게 없는데 해제 이유는 단 하나, 공항을 짓기 위해서입니다.
정부가 대형 시설물을 짓기 위해 국립공원 해제결정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MBC 기후환경팀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개발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위기의 국립공원들을 취재했습니다.
오늘 그 첫 순서로, 류현준 기자가 흑산도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지난달 국립공원인 흑산도에서 축구장 94개 넓이의 땅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립공원으로서의 가치는 변한 게 없는데 해제 이유는 단 하나, 공항을 짓기 위해서입니다.
정부가 대형 시설물을 짓기 위해 국립공원 해제결정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MBC 기후환경팀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개발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위기의 국립공원들을 취재했습니다.
오늘 그 첫 순서로, 류현준 기자가 흑산도를 다녀왔습니다.
짙푸른 숲이 우거져 사시사철 검은빛이 감도는 흑산도.
뛰어난 경관과 생태계를 자랑해 일찍이 정약전의 명저 '자산어보'로도 잘 알려진 섬입니다.
북극권과 아열대 지역을 오가는 400여 종의 철새들이 쉬며 기력을 회복하는 소중한 섬이기도 하죠.
그래서 마을과 항구를 제외한 섬 대부분이 국립공원입니다.
[홍길표/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팀장]
"(흑산도는)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의 대표적 중간 기착지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조류는 새홀리기 등 총 15종이 관찰되었습니다."
지난달 31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도의 일부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외할 면적은 68만 3천㎡.
축구장 면적의 94배나 됩니다.
국립공원 자리에는 길이 1.2km, 폭 30m의 활주로와 터미널을 갖춘 공항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은 그 절차가 훨씬 덜 까다롭습니다.
위원회가 공항건설의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들의 모임 사무국장]
"특정 개발 사업을 위해서 국립공원을 해제했던 경우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취재팀은 2018년 환경부가 흑산공항 타당성 심의 후 작성한 미공개 문건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사업자 측에서는 식생 등급을 3등급 이하로 평가했지만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 28%에 달한다.
제주도보다 관광자원이 적은 섬에 4인 가족 기준 80만 원 항공료를 지출할 사람이 많을지 의문이다.
공항건설로 훼손되는 생태가치가 30년간 1조 7천억 원인데 경제성 분석에서 빠졌다고 말합니다.
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을 강력히 지적했고 사업자 측이 심의를 철회해 공항건설계획이 중단됐습니다.
그로부터 4년 반 뒤 새로 구성된 국립공원위원회는 공항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전격 해제했습니다.
[정인철/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들의 모임 사무국장]
"사업 타당성에 대한 부족한 부분들을 사업자는 보완하고 제출해서 심의하는 것이 절차적 정당성입니다. 근데 이런 과정 일련의 과정들을 전부 무시하고…"
국립공원위원회는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 등 11명과 환경부 장관이 임명한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됩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성입니다.
기존 절차를 우회하는 방식이 통용된다면 국립공원 안에 못 지을 게 뭐 있겠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흑산도 주민들이 공항을 바라보는 입장은 엇갈립니다.
공청회에서 한 주민은 공항이 생기면 응급헬기운용이나 이동의 자유가 확대될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다른 주민은 공항보다 흑산도에 필요한 건 보다 큰 선박과 더 많은 배편이라고 말합니다.
[김선복/흑산도 주민]
"안개가 끼면 어차피 배가 못 뜨면 비행기도 뜰 수가 없어요."
소음 피해와 태풍 피해를 걱정하는 주민도 있습니다.
예리항 뒷편, 공항 예정 부지에 올라와 봤습니다.
여름철 태풍이 오면 인근 마을의 방풍림 구실을 하는 산인데요.
공항이 들어선다면 이 산도 깎이게 됩니다.
환경이 달라진 건 없는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국립공원위원회의 이런 결정 괜찮은 걸까요?
내일은 다른 국립공원들의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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