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금속활자 국립고궁박물관 전시. 미분류 금속활자들. 활자마다 뒷면의 조판용 파임의 모양이 다르다. 이번 전시에서 주조시기가 확인되지 않은 활자 1300여점은 뒷면 모양이 비슷한 것들끼리 우선 한 곳에 모아 전시했다. 김정연 기자지난 6월 서울 인사동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조선시대 금속활자 전체가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일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Ⅱ에서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을 연다"고 밝혔다. 발굴 5개월 만의 '초스피드 공개'다.━활자 1600점 전부 깔았다… 확대경으로도 볼 수 있게 인사동 금속활자 국립고궁박물관 전시. 주조시기가 확인된 활자들 외에 미분류 금속활자 약 1300여점을 모두 전시했다. 김정연 기자출토 금속활자 총 1600여점 중 한자가 1000여점, 한글이 500여점이다. 15, 16세기 조선 전기 유물과 함께 조선전기 지층에서 나와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금속활자다. 박물관 측은 "주조시기를 알 수 있는 활자는 갑인자(1434, 세종 16년) 48점, 을해자(1455, 세조 1년) 42점, 을유자(1465, 세조 11년) 214점 등 총 304점"이라고 밝히며 "제작 시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나머지 1300여 점의 활자도 이번 전시에 함께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임경희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국민적 관심이 큰 유물이라, 자세한 보존처리와 연구 전 기본적인 처리작업만 거친 뒤 우선 대중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갑인자 뒷면이 네 면 테두리를 남긴 채 오목하게 파인 모습. 김정연 기자갑인자는 세종 16년인 1434년 제작한 활자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남아 있던 을해자(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보다 약 20여년 앞선다. 장영실도 갑인자 주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인사동 출토 금속활자 중 일부가 '초주갑인자'로 추정되면서, 구덴베르크 성경(1455년)에 앞선 ‘세계 첫 실물 금속활자“가 아니냐는 기대감에 부풀었다.박물관 측은 "활자 중 ‘火’(화), ‘陰’(음) 두 글자를 갑인자로 찍은『근사록(近思錄)』(1435,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두 글자를 포함해 형태와 모양이 같은 활자 48점을 골랐다"며 '갑인자'로 분류한 과정을 밝혔다. 이어 "서울대 규장각 소장 자료와도 비교 대조를 거쳤다"면서 "규장각 소장 '자치통감'에서도 출토된 활자와 동일한 갑인자를 확인했고, 규장각이 소장한 '갑인자 계열 추정' 미분류 활자와 형태와 서체가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정확한 주조 연도와 사용례 등을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분석·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전시장 전면 한가운데에 전시된 갑인자는 앞, 뒷면을 모두 볼 수 있게 투명 아크릴에 끼워 전시했다. 임경희 학예연구관은 "활자마다 조판을 위해 뒷면에 파놓은 모양이 다 다르다"며 "같은 활자끼리는 같은 모양으로 팠는데, 이 뒷면의 모양도 활자를 분류하는 데 아주 중요한 정보가 됐다"고 설명했다. 인사동 금속활자 국립고궁박물관 전시. 미분류 금속활자들. 여기저기 뭉치고 일그러진 모습의 활자도 다수 발견된다. 김정연 기자국립고궁박물관 측은 전시장에 확대경과 노트북을 통해 활자의 생김새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했다. 활자 다수는 일그러져 있거나 합쳐져 있는 모양을 띤다. 이상백 학예연구사는 "현재로서는 금속 유물을 모아 녹인 뒤 다시 활용하기 위해 모아놨던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활자가 담겨있던 항아리. 김정연 기자활자가 담겨 있던 토기도 전시실 입구부터 볼 수 있다.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출토된 파편 한조각까지 포함하여 유물 전체를 공개했다"며 "미분류 활자도 모두 전시해 누구든 연구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공평동 출토 유물 중 딱히 분류할 수 없는 조각 하나까지 모두 전시됐다. 김정연 기자 ━해시계+별시계, 자동물시계 부품 등 '처음 실물 확인' 조선 시계들조선시대 해시계 겸 별시계 일성정시의. 가장 안쪽 고리는 별시계, 가운데 고리는 해시계, 가장 바깥 고리는 측정값을 보정하는 역할을 했다. 김정연 기자지난 6월 금속활자와 함께 인사동에서 출토된 천문학 관련 유물도 함께 전시된다.낮에는 해 그림자로 시간을 측정하는 해시계, 밤에는 별의 위치를 이용하는 별시계로 하루종일 쓸 수 있는 시계인 '일성정시의'는 지금껏 기록으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 인사동에서 최초로 실물이 확인됐다.조선시대 '자동 물시계'에서 구슬이 튀어나가는 위치를 정했던 부품인 '일전'도 그간 복원품만 존재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실물을 발견했다. 물시계 내부 항아리에 물이 차오르면, 물의 높이에 따라 해당 구멍으로 구슬이 나가면서 종이나 북, 징을 울리고 시간을 알리는 인형이 움직이는 방식이다.조선 물시계 부품 '일전' 일부. 시간을 알리는 금속 구슬이 이 원통형 장치 안쪽에 얹혀 있다가, 물시계의 물이 차오르면 떨어지면서 시간을 알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김정연 기자